1. 축제날의 만남

 

[새파란 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진 맑은 날. …마을 사람들은 이 날에 딱 맞는 날씨라고 기뻐하겠지. 산기슭과… 거리 쪽에서 요란한 축제 음악이 울려퍼진다.

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의 날이다. 죽은 자의 혼이 돌아온다고 하는 『혼축(魂祝)의 날』. 평범한 사람은 유령을 볼 수 없다. 그러나… 나만은 이 날, 그들이 정말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카르멜로 : …그런데. 어째서 이 녀석은 돌아오지 않는거야.

토마스 : 오! 어서 와, 카르멜로! 꽤 빨리 돌아왔잖아. 오늘은 축제잖아? 안 가도 되는거냐.

카르멜로 : …내 마음이잖아.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까. 축제에 간다 해도 아무 것도 할 게 없어.

(이 녀석은 토마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내 수호정령이라고 한, 오지랖 넓은 이상한 영혼이다.

나는 옛날부터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 그러니까… 1년에 한 번 있는 혼축의 날에도 많은 영혼이 보인다.)

토마스 : 그런 말 하지 말라구. 친구가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축제에서 함께 즐겁게 놀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게 틀림없어! 자, 밖에 나가자!

카르멜로 : 시끄러워. 친구 따위, 필요없어. 유령이 보이는 이상한 녀석 따위 다들 기분나빠할 뿐이야. …그런 녀석과 친구가 되어줬던 것은 한 사람 뿐. 그 녀석은… 아더는, 이제 없어.

토마스 : 카르멜로… …응? 누가 온 모양이군. 손님이 아닌가?

카르멜로 : 이런 날에? 목공일 이야기라면 축제 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슨 일이지…

 

달리오 : 여어, 카르멜로! 뭐~야, 축제날인데 우울하게 혼자 지내는거냐.

카르멜로 : (…그는 달리오. 단골 꽃집의 아들로, 나이가 비슷해서 자주 말을 걸어온다. 물론 그는 나에게 기묘한 힘이 있다는 것은 모른다. 그러니까, 토마스가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이잖아. 무슨 일이야? 일 얘기라면 공방에서 듣겠는데.

달리오 : 이렇게 즐거운 날에 일 얘기냐! 카르멜로는 진지하다니까~ 그럴 리 없지? 모처럼 축제니까 같이 놀러 가려고 생각해서!

토마스 : 이 녀석도 이렇게 말해주잖아! 역시 가자구. 실~컷 놀러가면 기분도 나아진다니까!

카르멜로 : …하나같이, 끈질긴 녀석이군.

달리오 : 무슨 일이야, 카르멜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손으로 휘젓고. 벌레라도 있었어?

카르멜로 : 아무것도 아냐. …알았다. 가면 되잖아.

 

 

 

 

달리오 : 그렇게 나와야지! 오늘은 우리 아버지가 노점을 냈어. 보러 와줘!

토마스 : 뭐야, 갑자기 놀러 갈 생각을 한 거냐. 처음부터 갔으면 됐잖아!

카르멜로 : …어차피 거절해도 어디 사는 누군가가 시끄럽게 말하니까.

달리오 : 헤헤, 카르멜로가 와 줘서 기뻐. 항상 어딘가 외로운 것 같았으니까. 축제에 가면 분명 기분도 나아질거야!

토마스 : 너한테도 좋은 친구가 있잖아. 소중하게 잘 대해줘라?

카르멜로 : (달리오가 멋대로 신경써줄 뿐이다만… 그렇게 말하면 또 시끄럽게 떠들 것 같군)

 

??? : 아~~~앗!!!

리코 : 찾았다 찾았어! 봐, 굉~장히 반짝반짝한 혼이야!

시몬 : 이런거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야! 좋아, 이 녀석은 이 몸의 동료로 할 거야!

리코 :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찾았잖아! 내 동료로 삼아줄테니까!

카르멜로 : …뭐냐 너희들은?

 

 

2. 또 하나의 세계의 주민

 

리코 : 어, 혹시 너…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거야!?

시몬 : 헤에… 혼의 반짝임이 굉장한 녀석은 이 몸의 모습도 보이는건가. 역시 굉장한 녀석은 굉장한거야!

토마스 : 이, 이봐! 갑자기 나타나서 뭐하는거냐. 카르멜로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수호정령인 내가 용서 못 해!

리코 : 너, 카르멜로라고 하는구나! 나는 천사인 리코. 이 쪽은 악마인 시몬. 잘 부탁해!

카르멜로 : 자, 잘 부탁해…?

토마스 : 야, 날 무시하냐! 카르멜로도 말려들면 안 돼!

달리오 : 야, 카르멜로, 무슨 일이야? 갑자기 하늘에 대고 얘기하고…

리코 : 역시 평범한 아이에게는 안 보이는구나~ …동료를 버려두는 것도 불쌍하니까 살짝만 보이게 해 줄까?

달리오 : 뭐, 뭐야!? 갑자기 세 사람이나 나타났어!? 천사와, 악마와… 이 쪽은 가면 쓴 수상한 사람!?

토마스 : 실례잖아! 나는 어엿한 카르멜로의 수호정령, 토마스다. 단순한 유령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

시몬 : 수호정령? 흐~응… 처음 보는 종류의 영혼이군~

카르멜로 : …그러고보니 너희들은 어째서 내 앞에 나타난거지?

리코 : 아 그래 그래! 잘 물어보셨습니다! 네가 굉장히 아름다운 혼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들이 동료로 삼아주려고 생각했어!

시몬 : 하지만 하나의 혼은 천사나 악마 중 하나밖에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어느 쪽의 동료로 할지 정한다는 뜻이야!

토마스 : 아니 잠깐, 정한다니… 말이 되냐! 카르멜로의 혼은 카르멜로의 것이야.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 : 이런이런… 일 안 하는 나쁜 아이를 둘이나 찾아버렸어요.

시몬 : 으앗, 호아킨이다! 벌써 들켰어!

달리오 : 뭐, 뭐야!? 이 녀석도 카르멜로의 혼을 어떻게 해 버리려는건가!?

호아킨 : 아닙니다, 안심하시길. 저는 사신… 사후세계의 일을 빼먹은 나쁜 아이를 혼내주는, 착한 신님입니다.

리코 : 읏… 죄송해요. 지상을 내려다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혼을 발견해서 저도 모르게 신경쓰여서…

시몬 : 그리고 덤으로 이상한 영혼도 찾아서 말야. 이 녀석, 사후세계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거 아냐?

호아킨 : …아뇨. 이 영혼은 특별한 수호 임무를 가지고 있는 자입니다.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카르멜로 : 토마스…너, 정말로 수호정령이었군. 단순히 이상한 유령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심했어.

토마스 : 뭐, 너까지 의심한거냐! 꽤 오래 만난 사이라구!?

리코 : 그런데 그보다도! 카르멜로를 천사로 만들지 악마로 만들지 정해야지!

시몬 : 맞아맞아, 이 쪽 세계에 불러오지 않으면 아깝잖아! 악마가 되어서 함께 즐겁게 지내자!

호아킨 : 그러면 못 써요, 둘 다. 카르멜로 군이 바라지 않는데 멋대로 혼이 갈 곳을 정할 수 없어요.

시몬 : 칫… 호아킨 치사해!

호아킨 : 어허,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세요. 나는 '카르멜로 군이 바라지 않는데' 라고 했습니다. 혹시나 카르멜로 군이 바란다면… 그의 혼이 사후세계에 도착했을 때 갈 곳을, 정하는 정도는 괜찮겠죠.

달리오 : 이, 이봐! 당신! 좋은 신님 아니었어? 역시 당신도 멋대로 카르멜로의 혼을 어떻게 하려는거잖아!

호아킨 : 네, 좋은 신님이랍니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도 천사라도 누군가의 소원을 가능한 들어주려고 생각해요.

토마스 : 카르멜로, 이런 녀석들이 하는 말 따위 듣지 않아도 돼. 너는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이니까… 어, 이봐!

시몬 : 좋아~ 카르멜로! 빨리 우리가 천사와 악마에 대해 알려줄게!

카르멜로 : 어, 저기…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해지는데

리코 : 안심해, 카르멜로. 우리들이 제대로 알려줄게. 네 멋진 혼이 있어야 할 장소에 대해!

 

 

3. 소원과 약속

 

리코 : 이 세계에서 죽은 사람의 혼은 호아킨 님이 데려가서 사후세계로 가게 돼.

달리오 : 사후세계…라는게 정말로 있군. 나, 아직도 믿을 수 없어…

시몬 : 그래도 사실이라구. 인간의 혼은 사후세계에서 천사와 악마와 함께 혼을 정화하는거야.

리코 : 갓 태어났을 때의 무구한 혼으로 돌아가는거야. 그렇게 정화가 끝난 혼은 다시 한번 인간의 아이에 깃들어서 환생하지.

시몬 : 즉 우리들은 천사와 악마는 어느 쪽이건 인간의 전생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 그래도 천사 쪽은 재미없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말야. 우리들 악마와 함께 사는 것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

리코 : 무슨 소리야! 악마 따위 항상 왁자지껄 시끄럽게만 굴잖아. 평온하게 살거라면 우리들과 함께 있는게 좋아!

호아킨 : 자 자, 둘 다 진정하세요. …자, 카르멜로 군. 천사와 악마… 너는 어느 쪽에 흥미가 있습니까?

카르멜로 : 아뇨, 갑자기 말하셔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코 : 우~웅, 갑자기 정하라고 하면 어려운건가… 아, 그래! 그러면, 카르멜로의 소원을 하나 들어줄테니 대신 동료가 되어주는 건 어때? 그렇다면 제대로 된 거래겠지?

카르멜로 : 내 소원을…?

시몬 : 헷! 이 몸과 너, 어느 쪽이 이 녀석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지 승부하자는 뜻이군. 좋아, 해 주지!

호아킨 : 어허, 함부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카르멜로 군에게는 뭔가 소원이 있는 것 같군요.

리코 : 호, 혹시 뭔가 바라는게 있다거나!? 좋~아, 들어줄테니까 말해 봐!

토마스 : 이봐, 잠깐. 방금 만났는데 이러니저러니 너무 서슴없이 물어보잖아. 조금은 거절을…

카르멜로 : …아니, 상관없어. 저들도 악의는 없어보이고.

토마스 : 어… 야! 카르멜로, 너, 이 녀석들이 말하는 대로 할 거야!?

달리오 : 혼이 가는 곳이라거나, 천사나 악마가 된다거나…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정해도 되는 일이야!?

카르멜로 :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설령 죽은 후에 어떻게 된다고 해도 지금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

사신… 호아킨 님이라고 했죠. 천사나 악마가 되는 것을 정하는 것은… 소원이 이루어진 뒤에 해도 괜찮습니까.

호아킨 : 물론입니다. 리코나 시몬의 힘으로 네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때는 네 혼이 갈 곳은 그들에게 맡겨지겠죠.

'약속'은 그것으로 충분합니까?

리코 : 물론이죠!

토마스 : 카르멜로…!

카르멜로 : 아아. 나도 상관없어. 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내게 미련 따위 없어.

호아킨 : …그러면, 사신 호아킨의 이름으로 이렇게 '약속'이 성립되었습니다. 자, 카르멜로 군. 네 소원을 둘에게 알려주세요.

 

카르멜로 : 내 소원은… 죽어버린 단 한 명의 친구… 아더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4. 이상한 여행으로

 

카르멜로 : 내 소원은… 죽어버린 단 한 명의 친구… 아더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달리오 : 단 한 명의… 친구…

시몬 : 헤헹, 그러면 이야기는 간단하겠네. 오늘은 혼축의 날. 사후세계에서 유령이 놀러오는 날이라구.

리코 : 그러면 거리에 온 유령 중에서 아더를 먼저 찾아내는 쪽이 이기는거네!

카르멜로 :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냐. 아더의 혼은…이 날,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어.

달리오 : 카르멜로…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너에게는 유령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구나. 그거, 예전부터 그랬어? 그러면 오늘 집에 틀어박힌 것은…

카르멜로 : …그래. 혼축의 날에 마을의 모두가 돌아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지. 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 날이 싫어.

달리오 : 카르멜로…

리코 : 그러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혼축의 날에 모든 유령이 돌아오는건 아니야.

시몬 : 그렇다니까! 사후세계가 너무 쾌적해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리코 : 그러니까 우리들이 저 쪽에서 아더를 찾아서 카르멜로를 만나러 오라고 부탁해줄게!

토마스 : 찾아준다니… 너희 둘은 그 '아더'가 어떤 녀석인지는 알긴 하냐?

리코 : 아, 그렇구나…! …우웅, 아더같은 사람을 찾아서 카르멜로에게 보여준다거나…?

시몬 : 그런 짓을 하면 찾기도 전에 혼축의 날이 끝나서 혼을 여기로 데려올 수 없게 될걸.

리코 : 그래도 영혼이 아니면 사후세계로는 갈 수 없고…

호아킨 : 흠… 그러면 그 부분은 제가 도와드리죠. 이 호아킨은 이룰 수 없는 약속을 맺지 않습니다. 약속을 이루기 위해… 선물도 겸해서 특별히 오늘만, 카르멜로 군에게 사후세계를 방문할 권리를 드리지요.

토마스 : 이, 이봐, 잠깐! 그러면 나와 달리오도 데려가!

달리오 : 맞아 맞아! 카르멜로만 잘 모르는 세계로 데려갈 수는 없다구. 돌아오지 않으면 곤란하단 말야. 우리들이 못 보는 사이에 멋대로 천사나 악마같은 게 되어도 안 되고.

호아킨 : 그렇군요… 너희들은 분명 약속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보았으니까요. 그렇다면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도 볼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알겠습니다. 동행을 인정합니다.

토마스 : 좋아! …알았냐, 리코, 시몬! 너희들이 카르멜로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우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호아킨 : 후후, 그 부분은 안심하세요. 약속을 이루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카르멜로 군의 혼을 리코와 시몬에게 맡기지는 않아요.

시몬 : 괜찮아. 우리들도 약속은 지킨다구! 호아킨은 이래봬도 높~으신 신님이야. 거역하면 안 된다는건 잘 알지.

리코 : 자, 그러면 당장 가자! 먼저 우리들 천사가 사는 빛이 넘치는 세계로 안내할게!

호아킨 : 그러면 저는 여기에서 여러분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요. 결실이 있는 여행이 되도록 기도할게요.

 

 

5. 친구를 찾아서

 

달리오 : …으앗!?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벌써 도착한거냐!

리코 : 사후세계와 산 자의 세계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가까운 곳에 있어. 1년에 한 번 이어져버릴 정도니까.

카르멜로 : 굉장하군. 강물이 흐르는 소리나 새의 지저귐… 평온해서 마음이 씻겨나갈 것 같은 세계다.

토마스 :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저 건물같은건 인간계에서는 본 적 없어. 정말 다른 세계에 왔군…

시몬 : 우~웅. 그래도 이렇게 보면 역시, 우리들 악마에게는 뭔가 부족한 장소란 말야.

리코 : 혼에 따라서 지내는 방법을 바라는게 다르니까.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는 것도 각자의 혼의 방식에 맞춰 혼을 정화하기 위해서야.

달리오 : 이런 세계가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너무 놀라서 뭐라 말해야 할지 말이 안 나와.

카르멜로 : …저기, 달리오. 어째서 함께 와 준거야? 토마스는 일단 수호정령이라고 하니까 따라올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너는,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

달리오 : 뭐야, 싱겁게시리. 그런건 당연하잖아. …너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친구는 아더라는 녀석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친구의 중요한 일에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잖아?

카르멜로 : 친구라… 너는 무섭지 않아?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이상한 녀석이야. 그 때문에 이런 일에 말려들었으면서.

달리오 : 전혀! 오히려 그런 재미있는 힘이 있으면 더 빨리 알려줬으면 좋았지! 무서운걸로 치면 나, 가게 보는거 교대 까먹었어. 돌아가면 아버지한테 혼나지 않을까… 그게 훨씬 더 무서워.

카르멜로 : 달리오…

리코 : 앗, 카르멜로! 저 쪽 봐. 벌써 천사들의 노래 시간이 시작됐어. 나도 모든 유령이랑 함께 노래해야지.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니까 들어봐!

 

 

 

 

토마스 : 굉장해… 천사의 노래라고 할 만 하군. 듣고 있기만 해도 뭔가 차분해진다고 해야 할까…

시몬 : 천사 녀석들은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유령의 혼을 정화해. 다시 태어나는 준비라고 할 수 있지.

카르멜로 : …혼이 다시 태어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시몬 : 혼에 따라 전혀 달라. 진짜 며칠만에 환생하는 혼도 있고, 몇백 년간 계~속 남아 있는 혼도 있어.

카르멜로 : (아더가 죽어버린 것은 10년 이상… 하지만 어쩌면 여기 어딘가에 있을까. 아더는 나와 달리 축제를 좋아했다. 노래와 춤… 북적이는 곳을 매우 좋아해서 여기서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달리오 : 노래하는 유령 중에는 아더가 없는 모양이군.

리코 : 우~웅… 여기 있는 유령은 노래 시간에는 모두 반드시 모일거야. 그렇다면 여기에는 없는걸까아~

시몬 : 그러면 이번에는 이 몸의 차례로군! 여기 없다는 말은 악마의 세계에 있을지도 모른다구. 그러면… 세 분, 안내해볼까!

 

 

6. 전해야 하는 것

 

달리오 : 으앗!? 이건 또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곳에 왔네…!

토마스 : 살짝 어둡고 조금 기분 나쁘지만… 뭔가 북적거리고 시끄럽군. 축제같아서 즐거워진다구!

시몬 : 헤헤, 그렇지!? 여기는 개구쟁이에다 유쾌한 유령이 모여들어. 우리들 악마도 시끄러운 것을 정말 좋아하니까 항상 요란하다구! …어라, 여기도 정화 시간인가. 그러면 카르멜로, 실컷 즐겨줘!

 

 

 

 

리코 : 우리들 천사는 노래로 혼을 정화하지만 악마들은 춤으로 혼을 정화하는거야. 방법은 다르지만 환생할 준비를 하는 것은 똑같아. 우리들 천사는 악마의 세계에는 별로 안 오니까, 춤은 처음 봤지만… 매일 이런 식이라면 조금 즐거울지도!

달리오 : 매일이 축제 분위기인가… 뭐라하지, 사후세계는 생각한 것보다 유쾌한 곳이잖아.

카르멜로 : 그렇군…  혹시 아더가 여기에 있다면, 분명 즐겁게 지내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더의 모습은 시몬과 함께 춤추는 유령 중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더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호아킨 : 어라, 어서오세요.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더 군은 못 찾은 것 같군요.

카르멜로 : …아아. 천사의 세계와 악마의 세계… 둘 다 돌아보았지만 그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어.

리코 : 사후세계에 없다고 하면… 아더는 벌써 환생해버렸을까.

시몬 : 호아킨! 당신이라면 환생한 혼이 가는 곳도 알겠지? 알려줘!

호아킨 : 유감스럽게도… 혼이 환생한 곳을 살아있는 자에게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후세계의 룰이니까요.

리코 : 그러면 이제 우리들에게는 무리야…! 우우… 어떻게 하면 카르멜로를 아더와 만나게 해 줄 수 있지.

시몬 : 이렇게 되면 천사가 될 지 악마가 될 지 정하는 승부도 나지 않잖아.

리코 : 그것도 있지만… 나, 분하다구. 천사와 악마는 환생을 하지 않으니까 두 번 다시 못 만나는 기분은 잘 모르지만.

시몬 : 카르멜로를 보고 있으면… 뭔가 우리들도 개운하지가 않아. 저기, 어떻게 할 수 없는거야, 호아킨!

호아킨 : 룰은 룰입니다. 깰 수 없습니다. 자… 리코, 시몬. 너희들이 아더 군을 찾지 못했다면 카르멜로 군의 혼이 갈 곳도 정할 수 없습니다.

카르멜로 : …기다려줘, 호아킨 님. 리코, 시몬. 둘 다, 아더를 찾는 것을 도와줘서 고마워. 다시 한 번 만날 수는 없었지만… 환생했다면 분명 아더에게는 지금의 인생이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해.

내 혼은,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토마스 : 안 돼!

카르멜로 : 토마스…?

토마스 : …카르멜로. 미안. 나, 계속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그러니까, 나는 이 비밀을… 너에게 전해야겠어.

달리오 : 토마스? 너, 어째서 가면을 들고…

카르멜로 : 어… 그, 가면 속…! 설마, 너는…!

 

 

7. 소중한 친구

 

카르멜로 : …너는, 설마…! 그래도 그 모습이 있어…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어…!

토마스 : 아아. 내가, 아더야.

달리오 : 어떻게 된 거야. 토마스는 계속 카르멜로를 지켜보러 왔잖아!? 네가 아더라면 어째서 지금까지 얘기 안 한거야! 가장 소중한 친구라면, 카르멜로의… 널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알고 있었을거 아냐?

토마스 : … 그건…

호아킨 : 그건 '약속' 이었어요. 아더 군과 나 사이에 있던, 비밀의 약속입니다.

 

아더 : 여긴… 아아, 그렇구나. 나… 죽어버린걸까…

호아킨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신인 호아킨. 아더 군, 당신을 사후세계로 데려가겠습니다.

아더 : 아니, 잠깐 기다려! 사후세계로 가면… 못 돌아오잖아. 카르멜로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거야!?

호아킨 : 아뇨. 1년에 한 번만… 너도 알고 있을, 혼축의 날에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어요.

아더 : 1년에 한 번…? 그러면 안 돼! 카르멜로가… 내 친구가, 그 때까지 계속 외톨이가 되어버려. 여기 오기까지 계속 그 녀석의 슬퍼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그 녀석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지켜줘야 해!

호아킨 : …그렇군요. 괜찮겠죠. 저라면 네 소원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다만… 네가 카르멜로 군의 곁에 남기 위해서는 하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너는 카르멜로 군에게 자신이 아더라는 것을 말하면 안 됩니다… 죽어버린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을 언제까지고 과거에 묶어둘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의 욕심입니다. 그러니까 1년에 한 번만이라는 약속인거예요. 그 약속을 깨야한다면… 다른, 더 무거운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너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까?

 

카르멜로 : 아더… 네가, 수호정령으로서 곁에 있어준 것은…

달리오 : 카르멜로가 자신의 죽음을 넘어서… 앞을 보고 살아갈 때까지 지켜보기 위해서였군. 토마스… 아니, 아더.

나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말해버리고… 미안해.

아더 : 괜찮아. 달리오… 너도 카르멜로를 진심으로 걱정해줬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겠지. 고마워.

…저기, 카르멜로. 지금까지 숨겨서 미안. 하지만… 내 소원은 변하지 않아. 잊으라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앞을 보고 살아갔으면 해. 나는 계속 그걸 전하고 싶었어.

카르멜로 : 아더… 나는… 나도, 그게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나는, 무서워. 다른 사람과 다른 힘이 있는 나를 받아들여 줬던 것은 아더뿐이었으니까.

아더 : 그렇다면 걱정없잖아. 아까, 네 힘을 무서워하지 않은 녀석이 옆에 있었잖아.

카르멜로 : …!

호아킨 : 자… 아더 군. 알고 있지요? 너는 약속을 깼습니다.

아더 : 아아, 알아… 내 죄를 갚을게.

카르멜로 : 죄… 그건 대체 무슨 뜻이지? 아더는 벌을 받아야 하는건가?

 

 

 

 

호아킨 : 아더 군의 소원은 사후세계의 룰을 부수고 맙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나와 아더 군은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깨버렸다면…

아더 군의 혼은 두 번 다시 환생하는 일 없이… 이 자리에서 소멸한다. 그것이, 벌입니다.

 

 

8. 이별 끝에 있는 『지금』

 

리코 : 기다려! 분명 아더는 약속을 깼지만… 그 벌이 혼의 소멸이라는거야!? 그건 너무 무거워!

시몬 : 혼이 사라진다는 것은 두 번 다시 환생할 수 없다는 뜻이야! 아무리 그래도…

아더 : 그래도, 사후세계에서는 호아킨이 정한 약속이 절대적이야. 리코와 시몬이라면 그건 알고 있잖아?

…카르멜로. 이런 식의 이별이 되어 미안해. 하지만 너한테 한 번 더 '아더'로서 만나서… 기뻤어.

호아킨 : 자… 할 말은 다 하셨나요? 그러면… 이별의 시간입니다.

 

달리오 : 잠깐, 호아킨! 약속을 깼다는건 조금 얘기가 다르잖아? 당신 말대로면 죽은 자의 욕심으로 살아있는 녀석을 과거에 묶어두는게 안된다는 얘기지?

하지만 이번의 아더는 딱히 카르멜로를 만나고 싶어서 정체를 밝힌게 아냐!

시몬 : 맞아…! 아더가 정체를 밝힌 것은 카르멜로에게 앞을 보고 지금을 살아가기를 바라서였어!

리코 : 카르멜로를… 살아있는 사람을 생각한 행동이네. 죽은 혼의 욕심이 아냐!

호아킨 : 흠… 그렇군요.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아더 군의 혼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사후세계로 데려가기만 하지요. 다만… 아더 군의 행동이 카르멜로 군에게 앞을 보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증명할 약속을 하겠습니다.

아더 군. 너는 혼축의 날에도 살아있는 자의 세계로 올 수 없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까?

아더 : 아아, 나는 상관없어. 이미… 말은 실컷 나눴으니까. 카르멜로… 너는, 어때?

카르멜로 : 나도…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아더가 잘 있어주기만 한다면… 호아킨 님, 감사합니다.

호아킨 : 혼을 가야 할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사신의 임무니까요. 그런데 카르멜로 군. 혹시 당신이 바란다면… 당신의 혼을 사후세계로 데려가도 괜찮아요. 리코와 시몬의 추천도 있으니까요.

리코 : 앗, 그렇구나! 약속은 살아있는 세계에서 아더와 만나지 못하는 거니까. 사후세계에서 천사나 악마가 된다면…

시몬 : 다시 아더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뜻이군. 어떻게 할래, 카르멜로?

카르멜로 : …아니. 나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겠습니다. 내가 앞을 바라보고 살아가는게 아더의 소원.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남겨두고 떠나기 싫은, 친구가 있으니까.

달리오 : 친구라니… 카르멜로, 너…!

시몬 : 헤헤, 그렇구나. 조금 아쉽지만 이걸로 잘 됐다는 느낌도 들어.

리코 : 그러면 카르멜로가 천사가 될지 악마가 될지는, 착실하게 살고 난 후에 정하기로 하자!

호아킨 : …자, 아더 군. 슬슬 우리들도 돌아가지요. 작별 인사는 충분히 했습니까?

 

 

 

 

아더 : 아아, 이제 걱정은 필요없어.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카르멜로, 잘 지내. 너라면 분명 괜찮을거야. 달리오와 함께 내 몫까지 살아줘!

 

아더 : 저기, 호아킨. 하나만 들려줘. 당신은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 준거야? 당신의 약속은 절대적이야. 그런데… 나는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았잖아.

호아킨 : 이런, 설마 이 결말이 불만인가요? 그러면 지금 당장이라도 벌을 줄 수 있어요. 뭐, 그건 농담이고… 후후, 이야기하면 길어집니다.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도만 얘기해두죠.

 

달리오 : 정말로, 돌아갔구나… …그렇지? 너한테만 사실 아직 가까이서 보인다거나 하는거 아니지?

카르멜로 : 아아. 분명 다들 돌아갔어. 리코, 시몬, 호아킨, 그리고 아더도… 자, 봐. 아더가 쓴 가면이야.

달리오 : 진짜네… 뭔가 이런저런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야. 하지만 꿈이 아니었구나.

카르멜로 : 아아. 아더에게서 부탁받은 마음은 틀림없이 현실이 되어 내 마음 속에 있어.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내 안에…

…달리오. 지금 축제에 가지 않을래.

달리오 : 어? 축제라니, 혼축의 날의…?

카르멜로 : 아아. 축제의 날을 친구와 함께 보내고 싶어. …괜찮아?

달리오 : 헤헷, 물론! 그럼 가자, 카르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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