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끝나는 음, 시작의 음

 

[레이 파트]

 

-EP01

 

카구라 레이 : 감사했습니다.

(아아, 오늘도 전할 수 있었다. 내가 연주하는 지고(至高)의 음악을……! 관객들의 이 미소와 멈추지 않는 박수가 만족의 증거.

내 연주를 들으러 와 준 사람들을 앞으로도 결코 낙담시키지 않도록.

『작곡가들의 마음을 재현하는 연주자』…… 그 평가에 부끄럽지 않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나저나 얼마나 근사한 광경인가. 여기에 있는 모두가 내 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공연장 전체가 내 음을 사랑해주고 있어……)

……행복하다. 여기가 내가 살아갈 장소인 것이다.

 

-EP02

 

주최자 : 레이 군, 오늘 바이올린도 좋았어! 손님들도 대만족이었네.

카구라 레이 : 감사합니다.

스탭 : 팜플렛과 CD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요. 역시 카구라 레이 군이군요.

카구라 레이 : 감사합니다. 저기, 대기실로 돌아가도?

주최자 : 아아, 미안 미안. 피곤할테니까 푹 쉬렴.

카구라 레이 :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주최자 : ……역시 좋잖아, 카구라 레이! 『작곡가들의 마음을 재현하는 연주자』였던가?

그가 연주하기만 해도 돈이 점점 솟아나고 있어!

스탭 : 그렇군요, 이번 매상도…… 보세요, 이렇게나!

카구라 레이 : (……. 아직 내가 근처에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이 연주회는……음악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해 준비된 것인가……?)

 

-EP03

 

[며칠 후의 연주회]

 

카구라 레이 : (……주최자의 그 말을 들은 이후, 어떻게 해도 연주 중에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 음에 잡음이 섞여버려.

……이 연주회를 주최한 것은 내 음을 사랑해주기 때문이 아닌 것인가?

이 관객들은…… 내 음 따위는, 듣고 있지 않는 건가……?

……손이, 떨려서……!)

관객 : (웅성웅성)

카구라 레이 : (진정해…… 진정해, 부탁이야……!)

관객 : (웅성웅성)

카구라 레이 : (……아아, 틀렸어. 더 이상은 이제……)

죄송합니다. 저는 더 이상, 연주할 수 없습니다.

 

-EP04

 

[카구라 가의 저택]

 

카구라 레이 :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 걸어 왔다.

바이올린이, 내 모든 것. 음악이, 내 유일한 친구. 줄곧 음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연주를 하지 않는, 돈이 되지 않는 카구라 레이에게는 흥미가 없겠지.

나를 평가해주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어차피 돈을 노린 거야. 내 음 따위 처음부터 듣지 않았어.

모두가 듣고 있었던 것은 돈 소리였던 것이다……

 

주최자 : 그가 연주하기만 해도 돈이 점점 솟아나고 있어!

 

카구라 레이 : (아니야……! 나는 돈을 위해 연주했던게 아니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고 있었어!

하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없게 된 지금의 나는)

……대체, 누구라는 것인가.

 

-EP05

 

누나 : 레이 씨. 오늘도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나요?

카구라 레이 : 지금의 저는 아름다운 음을 연주할 수 없으니까요.

누나 : 연주회가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연주해요. 어때요?

카구라 레이 : ……

누나 : 맞아, 레이 씨. 오랜만에 함께 연주할까요?

카구라 레이 : ……죄송합니다, 누님.

누나 : ……미안해요. 그렇죠, 억지로 권하는건 좋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레이 씨. 악기를 접하지 않으면 악기와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버려요……

카구라 레이 : ……그런 거, 말 안해도…… 죄송합니다. 냉정함을 잃고 말았습니다. 누님이 말하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조금만 더… 생각하게 해 주세요.

 

-EP06

 

누나 : 레이 씨. 아버님도 어머님도 걱정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것이 힘들다면 별장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것은 어떨까요?

카구라 레이 : 어디에 있어도 똑같습니다. 저는 이전처럼은 연주할 수 없어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연주할 수록…… 돈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누나 : ……정말 괴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거군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마음껏 연주하는 것은 어떤가요?

카구라 레이 :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누나 : 그래요, 이익도 아무것도 관계없는 장소에서 음을 연주하면, 그 주박(呪縛)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몰라요.

카구라 레이 : 확실히……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장소라면……

누나 : 다녀오세요, 별장에. 아아, 그래도 혼자는 외로울테니…… 알토도 같이. 알겠죠?

 

 

[케이 파트]

 

-EP07

 

츠즈키 케이 : 좋은 음이구나…… 근사한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어……

……♪……♪

프로듀서 : 이렇게 비가 오면 스카우트 활동은 어렵나. 일단 사무소에 돌아가는게 낫겠네.

……어라, 저런 곳에 사람이. 무슨 일이지, 우산도 안 쓰고.

츠즈키 케이 : ……♪……♪

프로듀서 : 이건 굉장히 아름다운 노랫소리…… 저기 있는 사람이 부르고 있어? 빗소리와 노랫소리가 겹쳐서 마치 완성된 하나의 음악같다……

츠즈키 케이 : ……♪……♪

프로듀서 : 그의 노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

 

-EP08

 

츠즈키 케이 : ……? 빗소리가 바뀌었어……?

프로듀서 : 죄송합니다, 멋대로 우산을 씌워서. 푹 젖었길래 그만. 어째서 이런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있나요?

츠즈키 케이 : 음악에 푹 빠지고 싶어서…… 우산은 소리에 방해가 되니까.

프로듀서 : 소리…… 빗소리 말인가요?

츠즈키 케이 : 그래. 오늘밖에 들을 수 없는 음악이야.

프로듀서 : 그랬군요. 하지만 이대로는 감기 걸리고 맙니다.

츠즈키 케이 : 응, 그럴지도 모르겠네. 또 친구에게 혼날까~……

프로듀서 : 일단 집에 돌아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바래다 드릴테니 더 우산 안으로 들어오세요.

츠즈키 케이 : 그러면 신세질게. 그나저나 특이한 사람이구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말을 걸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니.

 

-EP09

 

프로듀서 : 그런데 뭔가 음악 관련된 일을 하시나요?

츠즈키 케이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프로듀서 : 노랫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꺼내서 죄송합니다.

츠즈키 케이 : 아아, 아까 노래했던 비의 멜로디가 들렸구나. 그러는 너는?

프로듀서 : 죄송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인데…… 아이돌 프로듀서를 하고 있습니다.

츠즈키 케이 : 315 프로덕션? 네가 프로듀서?

프로듀서 : 당신의 노랫소리에는 사람을 매료하는 힘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아이돌이 되지 않겠습니까?

츠즈키 케이 : 아이돌……내가?

프로듀서 : 네! 부디 생각해주시지 않겠나요?

츠즈키 케이 : 내가, 아이돌…… 상상이 가지 않는걸.

 

-EP10

 

츠즈키 케이 : 아아, 이제 여기에서 괜찮아. 집이 바로 저기니까.

프로듀서 : 그러면 저는 이만. 스카우트 대답은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츠즈키 케이 : (대답은……생각할 필요도 없나. 내가 무대 앞에 서게 되다니, 그런 것은…… 당연히 무리일테니까)

친구 : 케이, 그런 곳에서 뭐하고 있어?

츠즈키 케이 : 어라, 외출이니?

친구 : 그게 아냐. 네가 집에 없으니까 또 우산도 안 쓰고 밖에 나간게 아닐까 싶어서…… 하여간, 찾으러 온게 정답이었군. 완전히 젖었잖아.

츠즈키 케이 : 오늘의 빗소리는 평소보다 신이 나서 말이지.

친구 : 알았다, 알았으니까 일단 집에 들어가. 그대로면 감기 걸리니까.

츠즈키 케이 : 후후, 아까도 같은 말을 들었어. 나를 아이돌로 스카우트하러 온 사람이 있어서……

친구 : ……아이돌!?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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